부활절 특집(2) 예수의 요구로 유다가 예수를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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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월간 내셔널지오그래픽지가 최근 공개한 유다복음은 1700여년 전인 서기 300년께 이집트의 콥트어로 파피루스에 쓰인 것으로 1970년대 이집트 사막에서 발견돼 방사성 탄소연대 측정법으로 진본임이 확인된 것. 유다복음은 마태, 마가, 누가, 요한복음 등 신약성경의 기존 4대 복음과 달리 예수의 요구에 의해 유다가 예수를 배반한 것으로 기술돼 있어 많은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유다는 예수의 배반자가 아닌 친구?=유다복음은 유월절 3일 전부터 일주일간 ‘예수가 유다에게 전하는 비밀스런 계시’라는 말로 시작된다. 이 복음서는 도입 부분에 예수가 열두 제자를 불러 천국의 비밀과 세상의 종말에 대해 언급했다고 기술한다. 다른 복음서와는 달리 유다복음에서는 예수가 유다를 다른 제자보다 우위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제자들이 '주여, 당신은 하나님의 아들입니다'라고 말하자, 예수는 '너희들이 나를 어떻게 아느냐.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들에 속한 세대는 나를 알지 못할 것이다'라고 꾸짖는다. 제자들은 이에 마음이 상해 스승인 예수에 저주를 퍼붓지만 예수에게 감히 나서지 못한다. 그러나 유다만은 예외였다. 유다는 “나는 주께서 누구이고, 어디서 오셨는 지 압니다. 당신은 바벨론의 영원한 천국에서 오셨습니다”라고 고백한다. 이에 예수는 유다에게 “다른 이들로부터 멀리하라. 내가 하늘의 비밀을 말해주겠다”고 약속한다.
유다복음은 유다가 예수의 친한 친구로 구주의 메시지를 이해하며, 제자 가운데 특별한 위치로 선택됐음을 언급한다. 예수는 “네가 모두를 능가할 것이다. 왜냐하면 너는 인간의 형상을 빌려 이 땅에 온 나를 희생시킬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성경학자들은 유다가 예수로 하여금 육신의 짐을 벗어 던질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영적인 존재로 해방되도록 할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발행되는 ‘와타니’ 편집자인 유세프 시드홈은 “이 문서가 유다를 배반자로 간주하는 기독교의 중심 생각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옛날부터 유다의 역할이 예언을 완성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유다를 박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학파가 있었으며 새 문서가 ‘예언의 완성에 있어 유다의 역할이 핵심적이었다’는 이런 관점을 뒷받침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유다복음 번역 프로젝트를 이끈 루돌프 카세르 제네바대학 교수도 이처럼 예수가 유다에게 자신을 배반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기술된 데 대해 “예수는 자신을 육신에서 해방시켜 줄 누군가가 필요했다”며 “적보다는 친구에 의한 해방을 선호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또 “이는 일반 대중에게는 모반이지만 예수와 유다 사이에는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초기 기독교시대 반대파의 작품으로 추정=노스캐롤라이나대학의 바트 에르만 교수는 유다복음은 유다뿐 아니라 신과 세상, 구세주, 인간에 대해 기존 4대 복음과는 완전히 다른 이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26쪽 분량의 유다복음서 저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초기 기독교시대의 이단분파인 영지주의자들의 주제를 많이 반영하고 있다고 내셔널지오그래픽은 분석했다. 정통파 기독교인들은 예수만이 신과 인간의 모습을 동시에 간직하고 있다고 믿었으나, 영지주의자들은 보통 인간도 신과 연결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예수를 통한 구원이 아니라 예수가 자신들에 전달하는 비밀지식을 통해 구원에 이른다고 믿었다.
유다복음은 서기 180년 기독교 변증가인 이레니우스 주교에 의해서 처음으로 언급된다. 그는 이 복음서가 초대 기독교의 가인파라 불리는 사람들의 작품으로 여겼다. 가인파 기독인들은 아담의 맏아들이자 동생 아벨을 죽인 가인을 숭배하는 사람들로 가인이 잔인한 신의 저주를 받은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러나 이 복음서는 4세기에 에피파니우스 주교가 공격한 이후 까맣게 잊혀졌었다.
▲유다복음 어떻게 세상에 나왔나=이번에 공개된 유다복음은 진본이 아니라 사본이다. 서기 180년 이전에 한 초기 기독교파가 그리스어로 쓴 원본을 3~4세기에 코덱스, 즉 파피루스에 이집트 콥트어로 번역해 넣은 것으로 학자들은 추정한다.
이 사본의 존재는 1983년 300만달러에 고미술 시장에 팔리면서 알려졌으나 절반이 뜯겨지는 등 심한 손상을 입은 상태였다. 그 뒤 여러 명의 중간 주인을 거쳐 유럽으로 갔다가 미국까지 갔으며, 현재 소유주는 스위스에 본부를 두고 있는 메세나 고미술재단이다. 메세나재단 대표 마리오 쟝 로버티 변호사는 2001년 2월 한 스위스인 고미술상으로부터 현금 150만달러와 미래에 발생할 수익금의 절반을 주는 조건으로 사들였다.
로버티 변호사는 사본 가운데 6장을 사진으로 찍어 미주리주립대에 보내 번역과 복원을 의뢰했으나 워낙 낡아 실패했다. 이후 2004년 이집트 콥트어 전문가인 루돌프 카세르를 통해 복원과 번역에 성공했다.
메세나재단이 내셔널지오그래픽과 공동으로 사본을 공개한 것은 불법거래 된 고미술품을 되파는 것이 스위스 법에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잡지는 메세나재단과 진위 확인 및 번역을 위한 재정지원을 해주는 대신 출판권을 갖기로 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에는 컴퓨터 제조업체인 게이트웨이의 설립자 테드 와이트가 100만달러를 기부했다.
유다복음 사본은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해 연대 측정한 결과 서기 220~340년쯤 만들어졌으며, 잉크의 성분 및 문장, 서체 분석 결과도 대략 이 시기와 일치했다.
▲유다는 왜 예수를 배반했을까?=유다복음은 원시 기독교의 일파인 콥트(Copt)교도들이 사용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다복음은 애초 서기 1세기 혹은 2세기에 씌어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복음서의 저변에 깔려 있는 영지주의 전통 자체가 초기 기독교단 안에서 이단으로 몰리면서 거의 2000년 동안 실제 내용이 확인되지 않고 있었다. 이번에 공개된 유다복음의 원텍스트는 그리스어로 되어 있었으나 4세기 무렵 이집트에서 사용하던 콥트어로 번역해 파피루스에 기록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영지주의(靈知主義, Gnosticism)는 이성을 중시하는 일반 기독교의 주지주의(主知主義)적 전통에 맞서 신비적 신앙지식(영지, gnosis)에 의해 인간은 구원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 종파이다. ‘영지’란 일반적인 지식과는 달리 ‘자신의 영혼의 근원과 하느님의 본질, 그리고 우주와 세계가 생성된 원인과 이 모순된 현실에서 벗어난 근원의 본질 등으로 나아가는 데에 필요한 지식’이라고 설명되기도 한다.
이 신앙그룹은 유대 혹은 기독교적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으면서 1,2세기 무렵 로마 제국의 동쪽 지역(시리아, 바벨론, 이집트)에 일정한 세력을 형성했으나 2,3세기경 초기 교부들에 의해 격렬하게 ‘이단’으로 몰리면서 소멸되고 말았다. 그러다가 1945년 이집트 카이로 남쪽 나그 하마디에서 서기 400년경에 기록된 것으로 보이는 13개의 콥틱 사본(50개의 소논문)이 발견되면서 깊은 잠에서 깨어나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했다.
영지주의는 인간의 영혼 혹은 영적인 원리들은 물질 세계(이것은 종종 악과 무지함으로 묘사된다)에 속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구원도 계시를 통해서만 받을 수 있다고 본다. 이 계시는 천상의 빛의 영역에 속한 것으로, 이 영역에는 참된 하느님으로부터 유출되어 나온 계급구조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영지주의가 기독교 사상과 관련, 공헌한 것은 ‘구속자(救贖者) 신화’와 관련된 것이다. 즉 초자연적 존재인 우주적 인간이 구원받을 자들을 위해 이 세상에 내려왔다는 것이다. 신의 세계가 타락하여 물질이 생겼고, 열등한 신인 데미우르고스가 세상을 창조했으나 순수한 영적인 본질, 신성의 흔적이 일부 영혼들에게 심어져 있기 때문에 구속자가 그 신성을 추구하여 물질적 세상으로부터 도피할 수 있는 길을 계시하러 왔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구원은 죄로부터 구원이 아니라 무지로부터의 구원이며 지식(gnosis)이란 자기의 진정한 자아와 신적 세계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는 지식을 말한다.
그런 점에서 유다복음은 영지주의적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예수는 구속자로서 하늘의 참된 지식을 전하기 위해 이 세대에 왔으며 그 목적을 이루면 거룩하고 위대한 세대로 가기 위해 육체적 모습을 벗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구조다. 따라서 유다의 예수 배반은 예수가 자신의 목적을 이룬 뒤 거룩하고 위대한 세대로 돌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으로 그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 위대한 천사인 ‘사클라스’가 인간을 창조했다는 대목도, 영지주의 문건에 자주 나타나는 대로, 물질세계를 창조한 열등한 신 ‘데미우르고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유다복음은 또한 경직화되고 계급화되어 가는 초기 기독교회를 여지없이 비판하고 있다. 예수가 제자들과 만나는 첫 장면에서 유월절 만찬의 감사기도를 조롱하는 장면이 바로 단적인 예다. 그런 점에서 유다복음은 강한 영지주의적 색채를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기존 기독교 체제를 비판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제자들의 성전(聖殿) 환상과 그에 대한 예수의 설명 부분에서 나타나는 제사장들의 모습 역시 종교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죄악이 자행되는지를 잘 그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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