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또는 사후세계를 말하는 집단이 상투적으로 인용하는 것이 '임사체험'이며, 영혼이 사후세계를 방문한 흔적으로 생각하여 '사후세계'와 '영혼'의 증거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재미있는 것은 전세계 각지의 임사체험의 기록을 살펴보면, 증언자가 살았던 문화권에서 말하는 사후세계를 증언한다하는 것으로 봐서는 뇌의 착각으로 보는 것이 조금 더 좋은 설명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특정 종교에서 유난히 이 임사체험에 매달리며 '천사를 보았다', '밝은 빛을 보았다', 아름다운 동산을 봤다' 등의 증언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만, 천사를 본 증언자들은 기본적으로 기독교 문화권에 살았거나 기독교에 노출된 사람들이지요..
이 임사체험에 대해 과학적 설명을 시도하는 자료들도 있습니다만, 결국 자기 마음에 드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기에 아마도 그들은 임사체험이 사후세계와 영혼의 결정적 증거라 우기는 쪽을 선택하게 될 듯 합니다.
다음은, 마이클 셔머의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라는 책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아트로핀이나 여타 벨라도나 알칼로이드가 날아다니는 느낌의 환각을 유발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물질 중 일부는 맨드레이크와 흰꽃독말풀에서 발겨되는데, 일찍이 유럽의 마녀들과 아메리카 인디언 샤먼들이 사용했던 것이다. 유체 이탈은 케타민 같은 해리성 마취제로 쉽게 일으킬 수 있다. 메틸트립타민(DMT)은 세상이 부풀거나 쪼그라드는 듯한 환각을 일으킨다. 메틸렌디옥시암페타민(MDA)은 연령 퇴행 느낌을 자극해서 오랫동안 잊고 있던 것을 기억하게 해준다. 리세르그산디에틸아미드(LSD)는 시각과 청각적인 환각을 유발하며, 특히 우주와 합일된 느낌을 만들어 낸다. (굿맨, 길먼 1970; 그린스푼, 바칼라 1979; 레이 1972; 세이건 1979; 시겔 1977 참고)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 156~157쪽
여러가지 약물을 이용하여 환각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며, 통상 마약이라 부르는 것들이 이런 작용을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유체 이탈같은 느낌도 화학 약물을 이용하여 만들어 낼 수 있는 환각이라는 말이지요. 사실 사람의 뇌에서도 이런 마약(?)이 자연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하며, 다음은 그것에 관한 것입니다.
뇌 속에 이렇게 인공적으로 처리된 화학 물질을 위한 수용체 부위들이 있다는 것은 뇌 속에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화학 물질들이 있음을 의미하고, 어떤 조건에 처하면(외상 스트레스나 교통사고 따위), 전부든 아니든 전형적인 임사 체험 관련 경험을 야기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 157쪽
사실 사람이 극단적인 고통 또는 스트레스에 처했을 때 뇌에서 "엔돌핀"이라는 마약이 분비되는 것도 기본적인 상식중에 하나입니다.
심리학자 수전 블랙모어(1991, 1993, 1996)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터널 통과 같은 효과를 비슷하게 경험하는 이유를 입증함으로써 환각 가설을 한 발짝 더 끌고 나갔다. 뇌의 뒷부분에 있는 시각피질은 망막에서 들어온 정보를 처리하는 곳이다. 환각제와 뇌의 산소 결핍(죽음이 임박했을 때 가끔 일어나는 일이다.)은 시각피질 신경세포의 정상적인 발화율을 방해할 수 있다(신경세포가 받은 입력 신호를 축색돌기를 통해 다른 신경세포에게 전달하는 것을 발화fire 라고 하며, 그 비율을 발화율이라고 한다 - 옮긴이). 이런 일이 일어나면 뉴런 활동의 '선들stripes'이 시각 피질을 가로질러 이동하는데, 뇌는 이것을 동심원이나 나선형으로 해석한다. 나선형은 터놀로 '보일' 수도 있다. 유체 이탈 체험 역시 현실과 환상을 혼동한 것이다. 꿈에서 처음 깼을 때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 157~158쪽
임사 체험의 증언에서 자주 등장하는 '터널을 통과한 뒤에 만나는 밝은 빛'에 대한 과학적 설명 정도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뇌무산소증(산소결핍), 저산소증(불충분한 산소), 또는 과탄산혈증(지나치게 많은 이산화탄소)은 모두 임사 체험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목되어 왔다.(사베드라 아길라, 고메즈 제리아 1989) 그러나 블랙모어는 이런 조건에 처하지 않은 사람들도 임사 체험을 했음을 지적한다. 그녀는 이렇게 인정한다. "아직까지 임사 체험을 최선으로 설명할 방도는 분명하지 않다. '사후세계' 가설과 '죽어가는 뇌' 가설의 논쟁을 영원히 잠재울 증거는 아무것도 없다"(1996, 440쪽)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 158~159쪽
과학이라는 것이 항상 그렇듯이 '완전히 검증된 것'이 아니면 확언을 하지 않으며, 그것이 진정한 과학적 태도입니다. 따라서, 1996년 수전 블랙모어의 저술에서 위와 같은 진술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요.. 그러나, 최근 뇌과학 분야의 빠른 발전 속도로 판단한다면, 위의 진술이 수정될 가능성 역시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어느 쪽을 받아들일 것인지가 달라지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과거로부터 막연히 믿어져 왔던 설화보다는 치열한 고민과 검증이 있는 쪽을 받아들이겠습니다. 밤낮 일기예보가 틀린다고 기상청을 욕하지만, 기우제보다는 기상학을 더 신뢰하는 것처럼...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2-06-10 21:35:39 자유토론방에서 복사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