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방일기.6 > 취미/문학/유머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취미 / 문학 / 유머

회원님들과 취미생활, 유머등을 공유해 보세요.


문학 선방일기.6

페이지 정보

본문

6.食欲 의 背理




식욕食欲의 배리背理

 

十一월 二十三일 겨울철에 구워먹는 상원사의 감자맛은 일미逸味다. 선객의 위 사정이 가난한 탓도 있겠지만 장안 갑부라도 싫어 할리 없는 맛이 있다.

요 며칠전부터의 일이다. 군불을 아궁이에 꽃불이 죽고 알불만 남으면 고방에서 감자를 몇되박 훔쳐다가 아궁이에 넣고 재로 덮어버린다. 저녁에 방선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그날 감자구이 담당 스님이 아궁이로 감자를 꺼내러 간다. 뒷방에서는

공모자들이 군침을 흘리면서 기다린다.

감자는 아궁이에서 몇시간 동안 잿불에 뜨뜻하게 잘 구워졌다. 새까만 껍질을 벗기면 김이 모락모락 오른다. 맛은 틀림없이 삶은 밤맛이다. 서너개 먹으면 허기가 쫓겨간다. 잘 벗겨 먹지만 그래도 입언저리가 새까맣다. 서로를 보며 웃는다. 스릴도

있고 위의 사정도 좋아지니 여유가 생겨서다.

처음에는 화대火臺스님이 주동이 되어 몇몇 스님만 방선 후에 아궁이 앞에서 재미를 보았는데 이제는 뒷방에서 재미를 본다. 살림살이 책임자인 원주院主스님은 큰 방에서 자지 않고 별채에 있는 원주실에서 잔다. 그러기 때문에 뒷방의 감자구이가

가능하다.

규모가 커졌다. 공모자가 많으니 감자의 철취량도 많아야 한다. 감자껍질 뒤처리는 당번스님이 철저히 한다.

그러나 계량심計量心의 천재인 원주스님이 감자가 없어지는 것을 오래도록 모를리 없다. 그렇다고 대중공사를 열어서

감자를 구워먹지 못하게 할 정도로 꽉 막힌 스님은 아니다. 그래서 고방문에는 문고리가 박아지고 자물통이 채워졌다. 그러나 감자구이는 여전히 계속되었다. 감자구이 공모자 가운데 못과 손톱깍기만 있으면 웬만한 자물통은 다 따는 스님이 있다.

이 스님의 재주를 미처 몰 랐던 원주스님의 실책이었다.

아무 말 없이 감자 유출을 막기 위한 비상책을 강구하던 원주스님이 강릉을 다녀왔다. 손에는 큼직한 번호 자물통이

들려있었고 틀림없이 고방에 채워졌다.

그러나 감자구이는 계속되었다. 그날 감자구이 당번은 四0대의 원두園頭스님인데 이 스님은 묘한 습성이 있는 분이다.

어느 절엘 가거나 절간 방에 문이 채워져 있으면 돌쩌귀를 뽑아 버린다. 중이 감출게 무엇이 있으며 도둑맞을 것은 무엇이

있느냐면서 중생의 업고와 무명을 가두어 놓은것 같아 갑갑하다는 지론을 가진 스님이다.

원주스님이 회심의 미소를 띠면서 잠갔던 고방문이 돌쩌귀째 뽑혀버린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원주스님은 언짢아서 우거지상을 지우질 못했지만 감자구이 동호인들의 희색은 만면하다. 원주스님의 판정패다.

그렇다고 판정패를 당하고 선선히 감자를 대중에게 내맡길 원주스님은 아니다. 와신상담의 며칠간 고심 끝에 묘책은

강구되었고 드디어 실천에 옮겨졌다. 주부식의 원료가 감자 편중(偏重)이다.

쌀과 감자의 비율이 六대 四이던 점심이 四대 六으로 뒤바뀌고 잡곡과 감자가 비율이 반반이었던 저녁은 三대 七로 되었다. 부식도 매끼마다 감자국에다 감자나물이 올랐다. 대중이 항의를 하자 원주스님은 다음과 같이 대꾸했다.

[감자 먹기가 얼마나 포원이 되었으면 그 부족한 밤잠을 줄여가면서까지 감자를 자시겠소. 스님들의 원을 풀어드리기 위해 감자 일변도의 메뉴를 짰을 뿐 입니다. 일주일 내로 메뉴표를 고칠 것을 약속합니다]

대중들은 틀림없이 감자에 질리고 말았다. 감자구이는 끝이 나고 동호인들이 뿔뿔이 헤어졌다.

인간 식성食性의 간사함을 잘 파악하고 이용한 원주스님에게 판정승이 돌아갔다. 역시 살림꾼인 상원사 원주스님다운

책략이었다. 우리는 그때부터 상원사 원주스님을 조계종 원주감으로는 제일인자라고 공인해 주었다.

 

十一월 二十五일 달포가 지나니 선객의 우열(優劣)드러났다. 선객은 화두話頭와 함께 살아간다.

話頭란 참선할 때 정신적 통일을 기하기 위해 붙드는 하나의 공안인데 철학의 명제命題, 논리학의 제재題材라고 말할 수

있다.

話頭는 처음 선방禪房에 입방入房할 때 조실스님으로 부터 받게 되는데 그 종류가 무한량이다. 흔히들 세상에 話頭아닌 것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그 많은 話頭 가운데서 자기에게 필요한 話頭는 단 하나이다. 단 하나 일때 비로소 話頭다 라는 결론이다

대부분의 선객들이 붙드는 話頭는 시심마(是甚마 : 이게 무었이냐)이다. 예로부터 경상도 출신의 스님들이 가장 많아서

강원도 절간에서도 경상도 사투리가 판을 친다. 그래서 시심마가 불교에서는 <이 뭐꼬>로 통한다.

話頭는 철학적인 명제가 아니라 종교적인 신앙이다. 그러니까 분석적인 것이 아니고 맹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話頭는 견성의 목표가 아니라 방편이다. 여하한 수단도 목적이 달성되면 정당화 되는것처럼 여하한 話頭도 견성하고보면

정당해 진다. 話頭가 좋으니 나쁘니, 話頭다 아니다 라고 시비함은 미망迷妄일 뿐이다. 훌륭한 선객은 話頭에 끌려다닌다.

절대로 끌어서는 안된다.

처음 선방에 앉은 선객이 유식하면 유식할수록 話頭에 대해 분석적이다. 유무有無가 단절된 절대무絶對無의 관조觀照에서 견성이 가능하다는 선리禪理를 납득하려고 하면 할수록 견존재見存在인 육체의 有無에 얽매이게 되고 사유를 가능케하는

정신의 유무에 얽매이게 되기 때문이 다.

그러나 선방의 연륜을 더해가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유식과 함께 분석이 떠나가고 그 자리에 무식과 함께 話頭가 들어

있음을 알게된다. 이때 비로소 선객이 되는 것이다.

어느 절에를 가더라도 입구에서 다음과 같은 글귀를 볼 수 있다.

◦입차문내 막존지해 "入此門內 莫存知解"

유무에 얽매인 세간의 지식은 무용하다는 뜻이다.

선객을 끌고가던 話頭는 마침내 선객을 백치가 아니면 천재쪽으로 끌어놓는다. 백치는 백치성 때문에 고통에서 해방되고

천재는 천재성 때문에 번뇌에 얽매인다. 그래서 대우大愚는 대현大賢이 되고 대고大苦는 대열大脫이 된다.

선객의 우열은 話頭에 끌리느냐 끄느냐가 결정한다. 話頭에 끌린 선객은 한한閑閑하나 話頭를 끄는 선객은 간간間間하다.

우리 상원사 대중 스님은 우열이 반반이다. 아무래도 상판쪽이 한가롭고 하판쪽이 분망하다. 상판과 하판은 비구계 받은

순으로 결정된다. 좌선의 몸가짐이 상판쪽은 태산처럼 여여부동如如不動이나 하판쪽은 여름날씨처럼 변화무상하다.

헛기침을 하는가 하면 마른 기침을 하고 가부좌의 고통을 달래보느라 발을 바꾸어 보기도 하고 허리에 힘을 줘보기도 하고 몸을 좌우로 혹은 앞뒤로 흔들어 보기도 하고 눈을 감았다가 떴다가 하는가 하면 포개어진 손을 위아래로 바꾸어 보기도 한다. 話頭에 끌리지 않고 끌려고 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빚어 지는 것이다. 이들에게 방선의 죽비소리가 틀림없는 복음성으로

들린다. 그러나 이들도 선방을 떠나지 않으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죽비소리가 아쉬워지다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있게된다.

스님이라면 누구나가 선방밥을 먹지 않은 스님이 없다. 왜냐하면 선禪이 불교의 요체(要諦)이고 견성의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방을 외면한 이유는 이 초기의 고통을 넘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 대중 가운데 신경통을 몹시 앓은 스님이 있다. 이 스님은 話頭에 끌려다니는 스님인데 신경통의 고통이 너무심하니까 매 세시간의 좌선시간 중에서 한 시간 정도 앉고 나머지 두시간은 도량에서 보행하면서 행선行禪을 한다.

새벽시간이나 밤시간에도 누데기를 의지하여 설한풍雪寒風속에서 행선하면서 대중스님과 꼭 같이 참선기간을 지키는

열의는 대단하다. 話頭에 끌리지 않고는 도저히 할 수 없는 행위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770건 14 페이지
취미/문학/유머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445 문학
선방일기.8 댓글1
no_profile 눈사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84 01-03
444 문학 no_profile 눈사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93 01-03
열람중 문학 no_profile 눈사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55 01-03
442 문학 no_profile 눈사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01 01-03
441 문학 no_profile 눈사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69 01-03
440 문학 no_profile 눈사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26 01-03
439 문학 no_profile 눈사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41 01-03
438 문학
선방일기.1 댓글1
no_profile 눈사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15 01-03
437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1 01-03
436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29 01-03
435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52 01-03
434 기타 no_profile 눈사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58 12-29
433 기타 no_profile 눈사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68 12-29
432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77 12-06
431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02 11-11
430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87 11-11
429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44 11-11
428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33 10-27
427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82 10-27
426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51 10-27
425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54 10-20
424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88 10-20
423 취미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66 10-17
422 취미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04 10-17
421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39 10-11

검색

회원로그인

회원가입

설문조사

결과보기

"얼른 천국 가라"는 말은 축복일까요?, 욕일까요?


• 안티바이블 •

• 본 사이트에 게재 된 이메일 주소가 자동 수집되는 것을 거부하며,
이를 위반시 정보통신망법에 의거하여 처벌 될 수 있습니다.
 
• 본 사이트에서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정보와 컨텐츠(이미지, 게시글등)는 사이트의 재산이며,
저작권과 상표권을 규율하는 관계 법률들에 의거하여 보호 받습니다.

• 접속자집계 •
오늘
4,190
어제
6,885
최대
9,843
전체
1,807,415
Copyright © 2010-2021 antibible.co.kr. / antibible.kr.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