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야기 / 법정스님 > 취미/문학/유머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취미 / 문학 / 유머

회원님들과 취미생활, 유머등을 공유해 보세요.


문학 가을 이야기 / 법정스님

페이지 정보

본문

download.php?grpid=sqgz&fldid=7oou&dataid=497&fileid=3&regdt=20051109170355&disk=27&grpcode=pjh7130&dncnt=N&.gif 가을 이야기 / 법정스님


 

1929633F502C72030A07B0 

 


조금 차분해진 마음으로 오던 길을 되돌아볼 때
푸른 하늘 아래서 시름시름 앓고 있는 나무들을 바라볼 때
산다는 게 뭘까 하고 문득 혼자서 중얼거릴 때
나는 새삼스레 착해지려고 한다.


나뭇잎처럼 우리들의 마음도 엶은 우수에 물들어간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의 대중가요에도,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그런 가사 하나에도 곧잘 귀를 모은다.

 

 

 

 지금은 어느 하늘 아래서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멀리 떠나 있는 사람들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깊은 밤 등하에서 주소록을 펄쳐들
친구들의 눈매를,그 음성을 기억해낸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한낮에는 아무리 의젓하고 뻣뻣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해가 기운 다음에는 가랑잎 구르는 소리 하나에,

귀뚜라미 우는 소리 하나에도 마음을 여는
연약한 존재임을 새삼스레 알아차린다


이 시대 이 공기 속에서 보이지 않는 연줄로 맺어져
서로가 믿고 기대면서 살아가는 인간임을 알게 된다

  


낮 동안은 바다 위의 섬처럼
저마다 따로따로 떨어져 있던 무리가 귀소의 시간에는
같은 대지에 뿌리받힌 존재임을 비로소 알아차린다

 

  
상공에서 지상을 내려다볼 때
우리들의 현실은 지나간 과거처럼 보인다
이삭이 여문 논밭은 황홀한 모자이크
젖줄같은 강물이 유연한 가락처럼 굽이굽이 흐른다
구름이 헐벗은 산자락을 안쓰러운 듯 쓰다듬고 있다
시골마다 도시마다 크고 작은 길로 이어져 있다

아득한 태고적 우리 조상들이 첫걸음을 내디디던 바로
그 길을 후손들이 휘적휘적 걸어간다
 

 

 

그 길을 거쳐 낮선 고장의 소식을 알아오고
그 길목에서 이웃 마음 처녀와 총각은 눈이 맞는다
꽃을 한아름 안고 정다운 벗을 찾아가는 것도 그 길이다.

 


길은 이렇듯 사람과 사람을 맺어준 탯줄이다.
그 길이 물고 뜯는 싸움의 길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뜻이 나와 같지 않대서 짐승처럼 주리를 트는
그런 길이라고는 차마 상상할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미워하고 싸우기 위해 마주친 원수가 아니라
서로 의지해 사랑하려고 아득한 옛적부터
 만난 이웃들인 것이다

사람이 산다는게 뭘까?
잡힐 듯 하면서도 막막한 물음이다

우리가 알 수 있는 일은,
태어난 것은 언젠가 한 번은 죽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
생자필멸,회자정리, 그런 것인 줄은 뻔히 알면서도
노상 아쉽고 서운하게 둘리는 말이다.
 


내 차례는 언제 어디서일까 하고 생각하면
순간순간을 아무렇게나 허투루 살고 싶지 않다
만나는 사람마다 따뜻한 눈길을 보내주고 싶다.
이 다음 세상 어느 길목에선가 우연히 서로 마주칠 때,
오~아무게 아닌가 하고 정답게 손을 마주 잡을 수 있도록
지금 이 자리에서 익혀두고 싶다.

 


이 가을에 나는 모든 이웃들을 사랑해주고 싶다.
단 한 사람이라도 서운하게 해서는 안될 것 같다.
가을은 정말 이상한 계절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770건 15 페이지
취미/문학/유머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420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91 10-11
419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42 09-25
418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62 09-25
417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31 09-22
416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31 09-22
415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68 09-22
414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1 09-13
413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63 08-30
412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77 08-30
411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73 08-30
410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38 08-22
409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12 08-22
408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33 08-15
407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96 08-04
406 기타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69 08-03
405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85 07-21
404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00 07-21
403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71 07-04
402 취미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99 07-04
401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67 06-28
400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00 06-21
399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6 06-21
398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77 06-21
397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93 06-14
396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20 06-01

검색

회원로그인

회원가입

설문조사

결과보기

"얼른 천국 가라"는 말은 축복일까요?, 욕일까요?


• 안티바이블 •

• 본 사이트에 게재 된 이메일 주소가 자동 수집되는 것을 거부하며,
이를 위반시 정보통신망법에 의거하여 처벌 될 수 있습니다.
 
• 본 사이트에서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정보와 컨텐츠(이미지, 게시글등)는 사이트의 재산이며,
저작권과 상표권을 규율하는 관계 법률들에 의거하여 보호 받습니다.

• 접속자집계 •
오늘
3,460
어제
6,885
최대
9,843
전체
1,806,685
Copyright © 2010-2021 antibible.co.kr. / antibible.kr.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