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수연산방에서 / 고두현
본문
수연산방에서 / 고두현
문향루에 앉아 솔잎차를 마시며
삼 면 유리창을 차례대로 세어본다
한 면에 네 개씩 모두 열두 짝이다
해 저문 뒤
『무서록』을 거꾸로 읽는다
세상일에 순서가 따로 있겠는가
저 밝은 달빛이 그대와 나
누굴 먼저 비추는지
우리 처음 만났을 때
누구 마음 먼저 기울었는지
무슨 상관 있으랴
집 앞으로 흐르는 시냇물 앞서거니 뒤서거니
뒤에 앉은 동산도 두 팔 감았다 풀었다
밤새도록 사이좋게 노니는데
시작 끝 따로 없는
열두 폭 병풍처럼 우리 삶의 높낮이나
살고 죽는 것 또한
순서 없이 읽는 사람이
먼 훗날 또 있으리라.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