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조지훈 시인의 주도 18단계
본문
조지훈 시인의 주도 18단계
|
주도유단 (酒道有段) - 조지훈 그래서 주정만 하면 다 주정이 되는 줄 안다. 그러나 그 사람의 주정을 보고 그 사람의 인품과 직업은 물론 그 사람의 주력(酒歷)과 주력(酒力)을 당장 알아 낼 수 있다. 주정도 교양이다. 많이 안다고 해서 다 교양이 높은 것이 아니듯이 많이 마시고 많이 떠드는 것만으로 주격은 높아지지 않는다. 주도에도 엄연히 단(段)이 있다는 말이다.
넷째, 술을 마신 동기, 다섯째, 술버릇, 이런 것을 종합해 보면 그 단의 높이가 어떤 것인가를 알 수 있다. 음주에는 무릇 열여덟의 계단이 있다. 혼자 숨어 마시는 사람 상주, 색주, 수주, 반주는 목적을 위하여 마시는 술이니 술의 진체(眞諦)를 모르는 사람들이다. 반주는 2급이요, 차례로 내려가서 부주가 9급이니 그 이하는 척주(斥酒) 반주당(反酒黨)들이다. 장주, 석주, 낙주, 관주는 술의 진미를 체득하고 다시 한번 넘어서 임운자적(任運自適)하는 사람들이다. 애주의 자리에 이르러 비로소 주도의 초단을 주고 주도(酒徒)란 칭호를 줄 수 있다. 기주가 2단이요, 차례로 올라가서 열반주가 9단으로 명인(名人)급이다. 그 이상은 이미 이승사람이 아니니 단을 맬 수 없다. 다만 이 대강령만은 확호(確乎)한 것이니 유단의 실력을 얻자면 수업료가 기백만 금(金)이 들 것이요, 수행 연한이 또한 기십 년이 필요할 것이다. - 단 천재는 차한(此限)에 부재(不在)다. 주도열(酒道熱)은 그보다 훨씬 먼저인 태초이래로 지금까지 쇠미한 적이 없지만 난세는 사도(斯道)마져 추락케 하여 질적 저하가 심하다. 내 비록 학주(學酒)의 소졸이지만 아마추어 주원(酒院)의 사범쯤은 능히 감당할 수 있건만 20년 정진에 겨우 초급으로 이미 몸은 관주(觀酒)의 경에 있으니 돌돌 인생사 한도 많음이여! 글쓰기보다는 술 마시는 것이 훨씬 쉽고 글쓰는 재미보다도 술 마시는 재미가 더 깊은 것을 깨달은 사람은 글이고 무엇이고 만사휴의(萬事休矣)다. 흔들거리기 때문이요, 그 때문에 모든 일에 야무지지 못하다. 음주유단(飮酒有段)! 고단(高段)도 많지만 학주의 경(境)이 최고 경지라고 보는 나의 졸견은 내가 아직 세속의 망념을 다 씻어버리지 못한 탓이다. 주도의 정견(正見)에서 보면 공리론적 경향이라 하리라. 천하의 호주(好酒) 동호자(同好者) 제(諸)씨의 의견은 약하(若何)오. 1956. 3. <신태양> - 조지훈, 방우산장기, 고려대학교출판부 |

눈사람님의 댓글
과인은 10단에 이르렀습니다요.ㅎㅎㅎ
자작 맹물에도 취하는 경지입죠.ㅋㅋemoticon_158emoticon_158
술은 신선이 마시던 음료가 인간 세상에 내려 온 거라고 합니다.
귀하게 여기고 아껴서 마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