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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버드나무와 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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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드나무와 귀신


   늦게 시작한 장마가 오늘도 계속입니다.

   창밖 멀리 냇가의 버드나무가 후줄근하게 비를 맞고 있습니다.


   어릴 때 어른들로부터,

   도깨비들은 비 오는 밤이면 버드나무 아래 모여 춤을 춘다고 했습니다.

   특히 도깨비들은 구멍 뚫린 늙은 버드나무를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옛 문헌에도 버드나무를 ‘귀류(鬼柳)’라고 했습니다.


   그 까닭을 곰곰 생각해보니-

   늙은 왕버들은 심재가 썩는 부후현상으로 큰 구멍이 잘 생깁니다.

   비 오는 밤에는 죽은 곤충이나 설치류의 뼈에서 나온 인(燐)의 작용으로

   가끔 푸른 불빛이 생기는데, 도깨비불이

   그렇게 해서 생긴 것이 아닐까 싶네요.


   그리고, 깜깜 밤중에 버드나무의 늘어진 가지를 보면

   머리를 풀어헤친 여자 귀신을 많이도 닮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집안에는 버드나무를 심으면

   집안에 안 좋은 일이 생긴다고 해서 심지 않았습니다.

   일본에서도 버드나무는 귀신이 머물기 때문에
   집안에 심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와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명나라 때의 탕현조의 문헌 <자채기(紫釵記)>에 따르면,

   먼길을 떠나는 길손에게 버드나무를 선물해주었습니다.

   이것은 버드나무의 억센 생명력으로 잡귀를 쫒고,

   평안과 무사 안전을 기원하는 액맥이 풍속이었습니다.

   이는 중국어 '柳(liu)'와 '留(liu)'가 발음이

   비슷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합니다.


   충북 청원 병암리 마을 개울가에 늙은 버드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마을 전설에 따르면-.

   어느 해 소복을 입은 젊은 여인이 개울가 바위에 앉아

  긴 머리를 빗어 내렸는데,

   그 후 여인이 나타나면 마을에선 까닭도 없이 젊은이가
   한 사람씩 죽어갔습니다.

   마침 길을 지나가던 한 스님이 있어서 그 사연을
   듣고는 처방을 해주었는데,

   개울가에 버드나무를 심어 바위를 보이지 않게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마을에서 버드나무를 심고나자 다시는 여인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 때 심은 다섯 그루의 버드나무가 지금 마을의 당산목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옛 우리 무속(巫俗)에서는 잡귀를 쫓을 때 버드나무를 사용했습니다.

   병이 났을 때는 병자의 나이 숫자만큼 버들잎을 따서 봉투에 넣고

   ‘버드나무 선생이 집에 들어오시네’라는 글귀를 적어 큰길에 놔두면
   병이 낫는다고 했습니다.

   또, 옛 우리 속설에,

   5월의 버드나무를 꺾어 문 위에 걸어 놓으면 사악한 귀신을

   물리칠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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