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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새들의 역사/ 최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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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의 역사/ 최금진

 

 

우리 집안 남자들은 난생설화 속에서 태어나기 때문에

배꼽이 없다

그러니 탯줄 없는 남자들을 무슨 수로 잡아매나

밤하늘엔 연줄 끊어진 연들처럼 별들이 떠돌고

우리집 나그네,라는 우리 친척 여자들의 말 속에는

모계사회의 전통가옥과 거미줄과 삐걱거리는 튓마루뿐

멀리 강원도 탄광에 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우리 당숙도 죽어서는 새가 되어

가지 않고 날마다 숙모의 꿈속에 내려와 운다

티베트에선 죽은 사람을 독수리 먹이로 던져 준다는데

누가 우리 집안 여자들을 부려 새를 키우나

배꼽이 없는,

그래서 세상에 아무 인연도 까닭도 없이

엄마는 부엌에 쭈그리고 앉아 피똥 싸듯 나를 낳았다

어서어서 자라서 훨훨 날아가라고 서둘러

날개옷 같은 하얀 배냇옷 한 벌을 지어놓았다

서른일곱에 정착도 못하고 나는 지금도 어딜 싸돌아다닌다

 

 

                                                   

   최금진 시집 < 새들의 역사, 창비, 2007>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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