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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나무사원 / 김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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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사원  / 김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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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사원 / 김기리

 

 

 

 

 

 

천지간에 버려진 사원은 없다지만

대신 오랜 세월을 돌은 나무의 슬하에 있었다

석상은 나무의 몸속으로 들어가고

나무는 돌의 몸에 뿌리를 내렸다

서로 몸 바꾸는 역사가 덥고 길었다

 

본적을 교환하는 동안

무풍나무 뱅골보리수가 돌계단으로 옮겨 앉고

계단은 흔들거리는 그늘을 얻었다

 

무너지는 방법을 아는 것은 돌의 재주다

나무는 그 돌의 재주에 장단을 맞추었을 것이다

저 결박의 부처를 다비장하면

햇살 묻은 나뭇잎 모양의 사리가 몇 줌은 나올 것이다

 

몇 해 전 몸을 열고 한 줌 돌을 꺼냈을 때

일찍이 내 몸이 불길 식은 화장火葬의 흔적이었다는 것을

여기 폐허의 사원에 와서 알았다

그러므로 늙은 몸은 다 사원이다

 

그 사원의 군상群像들에게 두 손 모은 기억도 부실하여

곧 허물어질 폐허의 전조를 다만

담담히 바라보는 것이다

 

석양을 앉혀놓고 설법중인 폐허

그 폐허에 입을 달고 살아가는 누추한 아이들이

면죄부인 양 지폐를 조른다

 

사원을 잡아먹고 울창한 숲

돌을 주식으로, 석양을 편식으로 견뎌 온 저 식습관이

문득 후덥지근한 허기를 몰고 온다

 

햇빛 탁발을 나왔는지 보리수나무 잎들이

일제히 일직보행으로 수런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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